영화 포드V페라리(Ford v Ferrari, 2019)는 1966년 르망 24시 레이스를 중심으로, 미국의 포드와 이탈리아의 페라리의 자존심이 걸린 경쟁을 실화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자동차 속도와 기술 경쟁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설적인 엔지니어 캐롤 셸비와 레이서 켄 마일스의 우정, 포드 본사의 권력 다툼, 그리고 도전을 넘어선 승부의 의미까지 폭넓게 탐구하며 관객에게 울림을 줍니다.
우정: 켄 마일스와 캐롤 셸비의 특별한 관계
영화의 중심축은 두 인물, 켄 마일스와 캐롤 셸비의 관계입니다. 셸비는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경험한 드라이버 출신으로, 건강 문제로 은퇴 후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합니다. 그는 거대한 포드의 요구 속에서 현실적 압박을 받으면서도, 진짜 승리를 위해 자신이 믿는 드라이버를 선택합니다. 바로 까다롭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레이서 켄 마일스입니다.
켄 마일스는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사회성과 성격 문제 때문에 대기업 포드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셸비는 마일스의 진정한 실력을 알아보고, 모든 압력을 무릅쓰고 그를 주행석에 앉힙니다. 두 사람은 때로는 의견 충돌로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진정한 동료이자 친구가 됩니다.
도전: 한계를 넘어서는 레이싱과 삶
포드V페라리는 거대 기업의 경쟁을 넘어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포드는 단순히 판매량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페라리를 이기고 싶어했지만, 셸비와 마일스에게 레이싱은 돈과 명예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켄 마일스에게 레이싱은 인생 그 자체였고, 완벽한 주행을 통해 자신이 세상에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승리”를 목표로 삼기보다, 자동차와 레이서가 하나가 되는 절대적 조화를 추구했습니다. 그의 아들에게 “한 바퀴에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다”라고 설명하는 장면은 레이싱의 철학적 본질을 보여줍니다.
승부: 경쟁 속의 스포츠맨십과 냉혹한 현실
1966년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펼쳐진 승부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포드와 페라리의 맞대결은 단순히 자동차 경주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습니다. 켄 마일스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며 레이스를 지배했지만, 포드 본사 경영진은 ‘이미지’를 위해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립니다.
포드 측은 세 대의 포드 차량을 동시에 결승선에 통과시키는 장면을 연출하라 명령합니다. 이는 기업의 홍보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마일스의 절대적 승리를 가로막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실제로 가장 빠르고 뛰어난 주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상 우승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 장면은 승부의 의미를 다시 묻습니다. 진정한 승부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쌓아왔는가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은 정치와 권력, 계산이 개입하는 냉혹한 세계라는 점도 드러납니다.
가족과 개인의 삶: 마일스의 또 다른 무대
영화가 울림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켄 마일스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마일스는 단순한 레이서가 아니라, 아내 몰리와 아들 피터를 둔 가장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가난과 불안정한 직업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 했습니다.
특히 아들과 함께 자동차를 설명하는 장면은 감동적입니다. 마일스에게 레이싱은 죽음을 무릅쓰는 일이었지만,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보여주는 꿈과 열정이었습니다.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그의 도전이 단순히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가족의 희망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페라리의 자존심과 포드 본사의 권력 다툼
이 영화는 개인과 기업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페라리는 예술과 같은 자동차를 만드는 장인적 기업으로, 자존심이 강했습니다. 포드가 처음 페라리 인수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하자, 헨리 포드 2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르망에서 페라리를 무릎 꿇리겠다”라고 선언합니다.
또한 포드 내부에서도 권력 다툼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헨리 포드 2세는 체면과 명예를 우선시했고, 부하인 리오 비비와 같은 경영진은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드라이버와 엔지니어의 선택에 개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셸비와 마일스는 언제나 위태로운 위치에 놓였습니다.
포드V페라리는 자동차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우정, 도전, 승부, 가족, 권력이라는 다층적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전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승부의 진정한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그리고 자신을 넘어선 순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