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한 영화 예스터데이(Yesterday)는 ‘비틀즈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독창적인 설정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음악과 사랑, 그리고 진정성의 가치를 동시에 묻는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 코미디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2025년 현재, AI와 디지털 기술이 창작의 영역까지 확장된 시대에 다시 예스터데이를 본다면, 우리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깊게 느끼게 된다.
비틀즈가 사라진 세상, ‘기억의 힘’이 남다
예스터데이의 주인공 잭 멜릭(Jack Malik)은 평범한 무명 싱어송라이터다. 어느 날 정전과 함께 세상이 순간적으로 바뀌면서, 전 인류의 기억 속에서 비틀즈가 사라진다. 오직 잭만이 그들의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고,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기억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장치다. 잭은 처음에는 그 음악을 세상에 다시 들려주는 것이 사명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혼란스러워진다. 음악은 ‘누구의 것인가?’, 예술은 ‘진정성 없이도 감동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비틀즈의 음악이 사라진 세상은 단순히 예술이 사라진 세상이 아니라, 사랑과 낭만, 인간적인 감정이 희미해진 세계다. 영화는 잭의 음악이 세계를 뒤흔들지만, 그 안에서 그는 점점 공허함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결국, 예스터데이의 첫 번째 메시지는 ‘기억의 가치는 그 자체로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점이다. 잭이 기억 속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사실은, 우리가 예술을 소비할 때 단순한 감상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 영화는 “기억은 사라져도 진심은 남는다”는 믿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셈이다.
사랑과 성공 사이, 인간의 선택을 그리다
이 영화가 단순히 음악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잭의 매니저이자 오랜 친구인 엘리(Ellie)는 그가 무명 시절부터 곁을 지켜온 인물이다. 하지만 잭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진다. 잭은 명성과 부를 얻었지만, 엘리를 잃는다. 그의 성공은 타인의 노래로 쌓은 것이었고, 그 안에는 ‘진정한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는 이를 통해 “사랑이 없는 성공은 공허하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후반부에서 잭이 모든 사실을 고백하는 장면은 영화의 정점을 이룬다. 그는 무대 위에서 진실을 밝히며 비틀즈의 음악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동시에 엘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모든 명예를 내려놓는다. 그 장면은 단순한 자백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되찾는 순간이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영화가 사랑을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진정한 자기 회복의 상징’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잭이 엘리에게 돌아가는 과정은 결국 예술가가 진심으로 돌아가는 여정과 같다. 결국 예스터데이는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전한다. 2025년의 관점에서 보면, 이 메시지는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지금 ‘AI가 만든 예술’을 감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럴수록 인간의 감정, 진심, 사랑 같은 비가시적인 가치가 더 귀하게 느껴진다.
진정성과 창작의 의미, 그리고 음악의 본질
예스터데이는 음악영화인 동시에 예술론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잭은 자신이 만든 곡이 아님을 알면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이 진짜일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관객들은 그의 죄책감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진정성 없는 예술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대답은 명확하다. ‘예술은 진심에서 태어난다.’ 잭이 비틀즈의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은 감동하지만, 그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 한 그는 영원히 자신을 잃은 채 살아가야 한다. 결국 그는 모든 명예를 내려놓고, 진짜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존 레논’(극 중 노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상징적 존재다. 그는 “명성과 성공보다 중요한 건 진실하게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잭에게 인생의 방향을 일깨운다. 이 장면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비틀즈의 정신이 영화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순간이다. 결국 예스터데이는 음악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그 음악이 전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재능이 있어도, 진정성이 빠진 예술은 오래 남지 않는다. 반대로 진심이 담긴 노래는 세상이 달라져도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2025년 현재, 수많은 AI 작곡과 디지털 리메이크 음악이 쏟아지는 세상 속에서 예스터데이의 메시지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인간만이 가진 ‘진정한 감정’이야말로 음악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감동적으로 증명한다..
예스터데이는 음악과 사랑, 그리고 인간성의 본질을 동시에 다룬 드문 영화다. 비틀즈가 사라진 세상이라는 기발한 상상력 위에, 인간이 진심을 잃을 때 얼마나 공허해지는지를 보여준다. 2025년의 시점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단지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 아니라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철학적 작품으로 다가온다. 결국 예스터데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 “가장 위대한 노래는 진심에서 태어난다.”